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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회> 정이 그리워지는 여름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6/20 [16:28]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이 되었습니다. 마땅히 입을 여름옷도 없고 적당한 여름 신발도 없습니다. 작년에 뭐를 입고 뭐를 신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해마다 맞닥뜨리는 신기한 현상입니다.

 

 그때 마침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 메인 화면에 여름 샌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분홍색에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진주 장식이 화사하고 우아하게 빛났습니다. 내가 한 번 샌들을 클릭한 뒤로 관심있는 것을 들킨 것 같았습니다. 인터넷 접속을 할 때마다 계속 따라다니며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날마다 샌들을 보면서 점점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졌습니다. 소녀도 아닌 나이라 고민이 됐는데 연분홍으로 은은한 색이어서 괜찮겠다는 합리화를 하며 결제했습니다. 

 

 며칠의 기다림 속에서 드디어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신어 보니 바닥이 얇아서 발바닥이 직접 땅에 닿는 느낌이 들면서 불편했습니다. 신발이 아무리 예뻐도 불편하면 잘 안 신어지기에 고민이 되었습니다.

 

 새로 구입한 샌들을 안 신고 쌓아 두면 신발장만 차지하고 신발값이 아까운 생각으로 고민 끝에 반품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구입한 싸이트에서 반품하는 곳이 안 보였습니다. 반품하는 곳을 찾다 오후 6시가 넘어갔습니다. 

 

 다음 날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바쁘게 지내다 보니 까마득하게 잊고 지냈습니다. 다음 날, 오후 5시가 거의 되어가는 시간에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오후 6시까지니까 앞으로 1시간은 남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대표 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상담원이 통화 중이니 잠시 후에 다시 하라는 멘트가 거듭됐습니다. 몇 차례 다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각 5시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오후 5시까지인 상담 시간이 끝났다는 안내 멘트와 함께 끊겼습니다.

 

 통상적인 상담 전화가 6시까지인 걸로 생각했었는데 당황스러웠습니다. 

 

 `콜센터 이용을 잘 안 하니까 요즘은 5시로 바뀌었는데 내가 잘 몰랐나?`

 

 라고 생각하면서 하는 수 없이 다음 날을 또 기약해야 했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서 메모해놓고 정신을 바짝 차린 덕분에 이번에는 오전 시간에 전화할 수 있었습니다. 싸이트에서 반품하는 곳을 못 찾아서 연락했다고 하자, 어렵게 연결된 상담 직원은 반품이 안 된다고 딱 부러지게 대답했습니다. 당황해서 이유를 물어보니 수제화라서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알았다고 끊으면서 `이 회사는 왜 이렇게 정이 없지?`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주문하자마자 제작 기간 없이 바로 배송되었고 수제화라서 반품이 안 된다는 고지도 없었기에 반품 안 해주는 사유가 잘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신발을 신어볼 수 없는 인터넷 구입인데 발이 맞지 않아도 반품이 안 되니 앞으로 이 회사 물건은 구입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골에 거주하는 60대 중반의 문인한테 들은 이야기입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친한 고등학교 친구가 고향에 놀러 와서 반가운 마음으로 나갔더니 친구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하는 자리였습니다. 

 

 알고 보니 별로 친분이 없는 또 다른 고등학교 친구가 추진하는 자리인데, 처음 보는 사람들로 나이와 사는 곳, 하는 일이 제각각인 사람들이었지만 모두 점잖고 대화가 통해서 좋은 시간을 지냈습니다. 

 

 고즈넉한 한옥 숙소에서 손님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다 집에 와서 편히 자고 싶었지만 손님 대접 차원에서 함께 자고 외지에서 온 손님들을 위하여 다음 날 아침 식사까지 대접하고 집으로 오고 손님들은 관광을 다녀왔습니다. 저녁 식사 뒤 술자리에서 또 연락이 와서 안주를 포장해가서 대접하자 이 자리를 추진한 동창이 찻잔을 선물해줘서 받았다고 했습니다.

 

 모임을 추진했던 친구가 서울로 올라간 뒤에 본인이 총무라며 문자를 보내왔는데 정산서였다고 합니다. 밥값과 커피값, 한옥마을 숙박비와 심지어 선물이라고 줬던 찻잔 값까지 계산해서 지급하라고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미리 경비를 똑같이 분배할 것이라고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모두 몰랐던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한 번 혹은 여러 번 계산을 한 사람도 있고 적지 않은 저녁 식사값을 지불한 사람도 있었는데, 모두에게 나머지 분배금을 입금하라고 계좌번호가 적혀있었다고 합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미리 고지를 안 한 상태에서 어안이 벙벙한 상황이었다고 했습니다. 문인이 말씀하셨습니다. 왜 이렇게 정이 안 느껴지냐구요. 앞으로는 이 총무 동창과 함께 하고 싶지 않다구요. 따끈 따근해지는 날씨에 따뜻한 정이 그리워지는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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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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