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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회> 운동장 풍경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07/04 [16:31]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아스팔트를 녹일 듯이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한 낮입니다. 사람들 입에서 덥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더위에 의연한 모습이 궁금한지, 덥지 않냐며 사람들이 자꾸 묻습니다. 더위를 안 탄다는 말에 주위 사람들이 부럽다고 합니다. 그 대신 겨울엔 다른 사람보다 더 추위를 탄다고 했더니, 그래도 더위 안 타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겨울엔 옷을 껴입으면 되는데 더운 여름에 옷을 벗는 건 한계가 있다고 덧붙여 말합니다. 

 

 `나는 반대로 생각하는데!` 

 

 겨울에 옷을 껴입는 것이 한계가 있으니 더위 타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발이 시려서 만져보니 발이 얼음장이었습니다.

 

 `땀 흘리며 덥다고 아우성인 삼복더위에 발이 시렵다니!` 

 

 가만히 생각해보니 맨발로 걸은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양말을 신으려다 멈칫하고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실내용 슬리퍼를 벗고 맨발로 땅을 밟자 뜨거운 모래 감촉이 전해왔습니다. 

 

 `그래 이거야!`

 

 올 3월에 새 학교로 전근을 왔습니다. 예전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아침마다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을 걸었는데 새 학교로 와서는 까마득히 잊고 지냈습니다. 건망증이 많은 건지 적응력이 좋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려서부터 손발이 차가웠습니다. 여름에도 손이 차가운 편이어서 악수할 상황이 생기면 난감하곤 했습니다. 평지는 물론이고 등산까지도 맨발로 다니시는 교장 선생님이 몇 년 전, 우리 학교로 부임해 오셨습니다. 

 

 시범을 보여주시는 교장 선생님을 따라, 아침마다 운동장을 돌게 됐습니다. 희망하는 교사와 학생만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귀찮거나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도 꾹 참고 맨발로 운동장을 걸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손과 발이 따뜻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맨발로 걷기 시작하고 5분 정도 지나면 손과 발이 후끈후끈해집니다. 참으로 기분 좋은 따뜻함입니다. 그 이후로는 겨울까지도 손과 발이 따뜻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 더운 여름에 발이 시린 증상과 마주한 것입니다. 작년 겨울까지만 해도 학교에서 근무할 때 양말을 안 신고 지내면서 맨발 걷기의 효과에 대해서 스스로 놀라곤 했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실내화 슬리퍼 사이로 보이는 맨발을 신기하게 보곤 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맨발 걷기 안 한 시기를 계산해보니 작년 겨울부터 8개월이나 되었습니다. 나이 먹을수록 운동이 생활화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더 급하고 더 중요한 일이 불쑥불쑥 나타나서 그렇지 않아도 귀찮고 힘든 운동은 자연스럽게 밀리기 일쑤였습니다. 

 

 이렇게 나태해져서 건강이 안 좋아지려고 할 때, 빨리 정신 차리고 운동하라는 신호를 보낸 것입니다. 가끔 평일에 천변을 걷고 주말에 등산을 가기도 하는데, 건강을 지키기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저녁 식사 후, 집 옆에 있는 중학교 운동장에 나갔습니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벤치에 앉아서 아저씨 한 분이 띵띵띵~ 기타를 치고 있습니다. 이제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듯, 소리가 무척 둔탁합니다. 그래도 주위 시선은 아랑곳없이 열심히 치면서 연습하는 모습이 프로 못지않게 멋지게 보입니다. 

 

 축구 골대 앞에는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 몇 명이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 번씩 골인할 때마다 서로 기뻐하며 박수 쳐주는 모습이 사랑스럽습니다.

 

 아주머니 셋이 운동장 한가운데에 서서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습니다. 운동보다는 이야기하는 재미로 나온 것 같습니다. 흰 머리와 맨발이 함께 빛나는 노부부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운동장을 천천히 돌고 있습니다. 출가한 자녀들과 손자 이야기에 꽃을 피우는 듯합니다. 모두 정겨운 모습입니다.

 

 이때였습니다. 한 분이 절뚝절뚝 걷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 맨발이었습니다. 걱정스러워 말을 걸자, 반가워하며 발 바닥이 많이 따갑다고 하셨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고혈압이 있는데 팔과 다리가 아프면서 자주 쥐가 나자, 여러 가지 질병에서 맨발 걷기로 건강해진 지인이 적극 권해서 오늘 처음 나왔다고 했습니다. 

 

 맨발 걷기 장점 설명과 함께 용기를 북돋우며 운동장 가장자리 쪽의 부드러운 흙길로 안내하고, 나는 모래가 거친 쪽에서 걸었습니다. 맨발로 빨리 걷는 내 모습에 신기해하면서 자신도 앞으로 열심히 걷겠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도 꼭 나오시라고 하곤 헤어졌습니다. 기대와 함께 찾아간 운동장에 그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제 하루만 쉬고 오늘은 꼭 나오시길 기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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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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