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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회> 나무의 상처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2/03/29 [17:14]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주차장 도착하자마자 바로 환호성이 나왔습니다. 주왕산에 하얗게 눈이 쌓여있는 모습이 보여서입니다. 점점 눈이 덮인 산으로 올라갈수록 더욱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3월 중순에 설경에 취하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가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파아란 소나무에 피어있는 하이얀 눈꽃은 어느 꽃보다 화사하게 빛이 났습니다.

 

 산을 오르다 보니 이상한 소나무가 하나씩 눈에 띄었습니다. `이 나무는 이상하게 생겼네?`라고 생각하며 걷는데 산을 오를수록 점점 숫자가 늘었습니다. 크고 우람한 나무 옆구리가 깊게 파여 상처가 나 있었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예삿일이 아니게 느껴졌습니다. 궁금증을 안고 산을 오르다 보니 안내 표지판이 나타났습니다.

 

 1960년대 중반 주왕산의 울창한 소나무는 당시 경제 사정 때문에 산림자원 개발  대상이었습니다. 소나무에서 껍질을 벗긴 후 3년간 송진을 채취한 후 벌채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1976년 주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개발사업을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소나무에 남겨진 빗살무늬 흔적은 산림자원 개발 과정 중, 송진을 채취하면서 생긴 상처였던 것입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상처를 안은 채 흰 눈을 고스란히 맞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눈 쌓인 소나무를 봤을 때는 눈꽃에 취해서 멋지다며 감탄사를 연발했었는데, 속 살에 상처가 깊게 파인 채 흰 눈을 무겁고 업고 있는 모습의 소나무는참으로 안쓰럽게 다가왔습니다. 

 

 소나무를 보며 마음 아파하며 산을 오르는데 전화가 왔습니다. 교무선생님이 학생 확진 소식을 전했습니다. 잠시 후 교직원한테 전화 와서 본인이 확진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요즘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때문에 주위에서 하나둘씩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워낙 많은 확진자가 생기다 보니 어디에서 감염되었는지 역학 조사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인 중에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느 날 가족이 확진되어서 신속 항원 자가 키트로 검사해보니 두 줄이어서 선별진료소에서 PCR 검사를 받았습니다. 혹시 확진되면 1주일 갇혀서 지낼 것이 답답하니까 아무도 없는 심야에 혼자 공원에 나가서 살살 운동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 `확진`이라는 문자와 함께 `방역 수칙을 어기고 외출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통보 문자에 어쩔 수 없이 감옥 생활을 하겠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다행히 무증상이어서 운동할 수 없는 점 딱 한 가지만 고통이라고 했습니다.

 

 또 한 지인은 다른 지역에서 자취 중인 딸한테 옮아서 확진이 되어 부부 둘이 꼬박 1주일을 앓았습니다. 안부 전화를 했더니 목소리가 많이 변하고 잠겨있었습니다. 기침하면서 두통과 함께 온몸이 아픈데 특히 인후통이 심하다고 했습니다. 이미 회복된 딸도 기침과 통증이 있고 미각이 안 돌아와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평소에 이 지인은,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증세가 가볍고 전파력이 강해서 누구나 한 번쯤 걸릴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해왔습니다. 방역 수칙을 강조하는 내 앞에서, 감기 같이 생각해야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심하게 앓으면서 그동안 자기가 잘 못 생각한 것 같다며 누구도 걸려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주왕산 소나무의 깊은 상처와 코로나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살면서 상처를 주고 받습니다. 어느 정도 지나다 치유될 수도 있지만 소나무 상처처럼 평생 갈 수도 있습니다. 내가 상처 받은 경우에 되도록 빨리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스스로 생각해볼 때 회복 탄력성이 높은 편이 아니기에 더욱 노력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 상처 줬을 경우가 문제입니다. 일부러 주려고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상처 주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서 조심하고 또 조심합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주름만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점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생각이 깊어지고 조금 더 진중해지는 것입니다.  

 

 어느 날부턴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기 위하여 나한테 온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주위의 모든 사람이 은인으로 다가왔습니다. 뭔가 나에게 깨우침을 주거나 도움을 주기 위해서 귀한 인연으로 온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한 명 한 명 모두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오늘도 악의 없이 무심코 한 말에 상처받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걸 계기로 `나는 이런 말은 하지 말아야겠구나!` 다짐합니다. 나한테 생긴 상처는 빨리 잊고 주위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은 상처도 주지 않기 위해서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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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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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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