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송의 힐링愛 성찰愛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218회> 배려가 아쉬운 날
 
하 송 시인   기사입력  2023/10/10 [16:25]
▲ 하 송 시인     © 울산광역매일

 아침 출근길, 뒤 차가 빵빵거립니다. 2차선에서 4차선 큰길로 진입을 앞두고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차가 빽빽하게 밀려있어서 끼어들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내 차가 제일 앞차도 아닙니다. 두 번째 순서라 앞차가 진입해야 따라갈 수 있습니다. 

 

 초조해지는데 또 빵빵하고 경적을 울립니다.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뒤에서 재촉하니 마음이 바빠집니다. 결국 뒤에서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던 차가, 내 차와 앞차까지 추월해서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가더니 위험하게 큰길로 진입했습니다. 

 

 차는 영업용으로 여러 개의 약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1~2분 차이일 텐데 너무 위험하게 운전하는 모습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만 급한 일이 있어서 이렇게 행동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항상 이렇게 운전하는 습관이라면 너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저녁 식사 후, 아파트 옆에 있는 중학교 운동장에 맨발 걷기를 하러 가면 남학생들이 축구를 하곤 합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신나게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기분이 좋아집니다. 운동이 끝나면 벤치에 앉아서 한참을 크게 웃으며 즐겁게 이야기합니다. 이 모습도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간 뒤에 보면 벤치 주위에 음료수병과 과자 껍질 등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습니다. 

 

 치우려고 해도 쓰레기통이 보이지를 않습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쓰레기통을 비치하지 않은 듯합니다. 이런 상황에선 자신이 배출한 쓰레기를 스스로 가져가야 하는데 그대로 방치하고 떠난 것입니다. 이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학생들에게 치우라고 말하는 것도 조심스럽고, 그냥 보자니 답답하고, 치우자니 양은 많고 쓰레기통도 없어서 난감합니다. 이러다 학교 운동장을 개방하지 않고 폐쇄할까 봐 걱정되기도 합니다.

 

 한글날 연휴 때 오랜만에 산행 길에 나섰습니다. 따가운 햇볕을 실크 스카프 같은 구름이 한 꺼풀 감아주는 바람에 산행하기 최고의 날씨였습니다. 숨을 몰아쉬며 산을 오르는데 등산로에 무엇이 반짝였습니다. 사탕 껍질이었습니다. 아마도 실수로 흘린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주워서 비닐봉지에 담았습니다. 조금 더 가니 나무 젓가락 흰색 포장지 종이가 떨어져 있었습니다. 역시 실수로 떨어져 있으려니 하고 기분 좋게 주웠습니다. 이렇게 작은 쓰레기를 네 번 주웠습니다.

 

 그런데 흰 화장지가 두 장 보였습니다. 가까이에서 보니 물티슈였습니다. 분해가 안 되는 물티슈를 산행 중에 사용하고 나서 등산로에 버젓이 버리고 간 것입니다.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번엔 기분 좋게 주울 수가 없었습니다. 양심 불량의 등산객이 실수가 아닌, 고의로 버린 것이기 때문입니다.

 

 산행을 마친 후에 가까운 지역의 축제장을 방문했습니다. 꽃 축제장이라 화사한 꽃이 넓은 산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꽃보다 사람 숫자가 더 많은 듯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예쁜 꽃과 즐거워하는 사람들 속에서 기분이 밝아졌습니다. 

 

 유명한 가수가 출연 예정인 무대 앞에는 이미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공연하려면 아직 몇 시간 남았는데, 남자 가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꽃을 둘러본 후에 공연 예정인 무대 앞으로 갔습니다. 의자는 이미 만석이고 의자 옆의 잔디도 앞자리는 모두 차서 중간쯤에 종이를 깔고 앉았습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받은 일부 금액의 상품권으로 간단하게 요기할 것을 사 와서 먹고 남편하고 교대로 화장실을 가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식전 행사로 구수한 국악 무대가 펼쳐지고 개막식이 끝나고 본격적인 축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끝이 안 보일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관중석 의자가 놓인 곳과 사람들이 바닥에 앉은 잔디 사이에, 공간이 발생했습니다. 그곳은 중앙이지만 앉아서는 무대가 안 보이는 곳이라 빈 것입니다. 공연이 무르익자 하나둘 사람들이 몰려와서, 선 채 관람을 시작했습니다. 뒤편 잔디에 앉은 사람들이 ‘안 보인다’는 고함을 지르며 관중석의 분위기가 험악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급기야 사회자가 잠시 공연을 멈춘 채, 중앙에 서 있는 사람들이 이동해야 재개하겠다고 했습니다. 대부분은 자리 이동을 했지만, 무대가 가려져 화를 내는 수백 명의 눈총 속에서도 몇 명은 끝까지 서서 버텼습니다.

 

 연세가 70대쯤 되어 보이는 베레모 쓴 남자분이 다가가서 오랜 시간 설득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내더니, 서 있는 위치를 조금 뒤로 옮겼습니다. 나만 잘 보이면 그만이라며, 다른 사람들의 시야를 가리며 끝까지 버티고 서 있는 사람들의 멘탈이 궁금해졌습니다. 베레모 쓴 신사분의 배려하는 마음을 조금만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23/10/10 [16:25]   ⓒ 울산광역매일
 
롯데백화점 울산점 https://www.lotteshopping.com/store/main?cstrCd=0015
울산공항 https://www.airport.co.kr/ulsan/
울산광역시 교육청 www.use.go.kr/
울산광역시 남구청 www.ulsannamgu.go.kr/
울산광역시 동구청 www.donggu.ulsan.kr/
울산광역시 북구청 www.bukgu.ulsan.kr/
울산광역시청 www.ulsan.go.kr
울산지방 경찰청 http://www.uspolice.go.kr/
울산해양경찰서 https://www.kcg.go.kr/ulsancgs/main.do
울주군청 www.ulju.ulsan.kr/
현대백화점 울산점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DP000000_V.do?branchCd=B00129000
  • 도배방지 이미지

연재소개

더보기

연재이미지
어린이들의 보건교육은 물론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하송은 대한문예신문신춘문예에 동시로등단했으며,문학저널에 수필, 국보문학과 청산문학에 동시로 신인문학상을 수상을 비롯해서 제1회 지필문학 대상,제6회 한국문학신문 대상,제7회 농촌 문학상,2013년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시 공모전 당선,제13회 한류예술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금연교육서‘담배와 폐암 그리고 금연’동시집‘내 마음의 별나무(청어출판사)’창작동요집‘맑은 별(인문사아트콤)’‘밝은 별(인문사아트콤)’‘창작동화 모래성(고글출판사)’을 출간하여 어린이들의 정서 순화와 인성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광고
광고
"오늘은 우리가 주인공"-복주리 봄 명랑운동회 '성황' / 원주희 기자
물컹하고 뜨끈뜨끈한 / 정성수 시인
여여如如 / 구정혜 시인
두산 강타한 '오재원 대리처방'…이승엽 감독 "안타깝다, 면목없어" / 울산광역매일
김두겸 시장 울산대병원 도심 이전 언급 `파장` / 정종식 기자
본사 주최 2024 태화강 연날리기대회 성료 / 원주희 기자
유인촌 장관 "내년 독서진흥 예산 회복"…낭독·책 선물도 / 울산광역매일
국세청, 성인방송·온라인 기반 신종 탈세 조사 착수 / 울산광역매일
늙은 목수 / 심은섭 시인
온산 국가산단 입주기업 미래 경쟁력 `불투명` /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