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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삶의 질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기사입력  2022/05/03 [17:47]
▲ 박서운 논설위원 울산과학대 명예교수     © 울산광역매일

 과거에는 양적인 경제지표로 우리 삶의 조건들을 특정하였다. 사실상 지금도 마찬가지로 경제성장률이나 국민소득 같은 것들로 국민의 행복을 재단하곤 하니 어찌 보면 우리는 행복을 강제 당했다고도 할만하다. 그러나 이제는 한 나라의 사회발전이라는 큰 틀 속에서의 숫자가 아닌 개인의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웰빙이나 웰다잉이란 용어들이 낯설지 않고, 행복의 척도가 꼭 돈으로만 따질 수 없다는 것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이런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국민 삶의 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2017년 이래 매년 발행하여 우리사회의 현황과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국민 누구나 수월하게 자신의 삶의 질 수준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한국사회는 경제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만족도나 행복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곤 한다. 대표적으로 삶에 대한 만족도가 OECD 33개 국가 중 32위로 낮은 순위인 것을 보면 우리 국민의 삶에 대한 자존감은 사실 바닥을 치는 것 같다. 삶의 질을 이루는 인자는 굉장히 많겠지만, 이 보고서는 11개 영역에 대하여 조사하고 있는데, 그 세부 영역은 다음과 같다. 가족ㆍ공동체, 건강, 교육, 고용ㆍ임금, 소득ㆍ소비ㆍ자산, 여가, 주거, 환경, 안전, 시민참여, 주관적 웰빙이 그것들이다. 이 중에서 영역에 관계없이 2012년 보고서 중에서 몇 가지 지표를 통해 우리 국민의 현주소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독거노인 비율은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을 겪는 우리사회의 단면을 볼 수 있는 지표이다. 이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19.5%를 점하고 있다. 가족관계 만족도는 조사가 시작된 2006년도의 50.4%에서 58.8%로 증가되어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건강영역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표는 얼마나 오래 사는가 하는 삶의 양과 더불어 얼마나 잘 사는지를 나타내는 삶의 질이다. 기대수명은 지금 출생한 자가 향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생존연수를 의미한다. 한국은 83.5세로 일본의 84.7에 이어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OECD 평균이 80.7세이고 미국은 77.3세 밖에 안 되니 우리나라의 기대수명은 괄목한 수준이며 자랑할 만하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있으나 노령인구의 경제적 자립도가 뒤떨어지니 높은 기대수명이 오히려 삶의 짐이 되고 있음은 개인이나 국가가 잘 새겨보아야 할 대목이다. 기대수명이 양적인 측면에서 건강수준을 대표하는 지표라면, 건강수명은 건강의 질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지표다. 건강수명 지표도 기대수명과 비슷한 양상으로 한국은 73.1세로 세계 2위의 성적표를 보여주고 있다. 

 

 삶의 만족도가 낮을 때 자살률은 상승하기 마련이다. 한국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5명 정도로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히 높아 비교대상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왜 자살률이 높은지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며, 원인 해소에 힘을 쏟아야 국민의 행복이 담보됨을 말하고 싶다. 교육관련 지표 중에서 교육비 부담도는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물론 일부 학부모의 사교육비는 천정부지로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공교육은 이제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보아야 한다.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도 계속 향상되고 있음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한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고용ㆍ임금, 소득ㆍ소비ㆍ자산 그리고 주거, 환경, 안전에 관한 지표는 점차 나삐지고 있음은 새로 들어서는 정부당국이 관심을 갖고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 모든 지표를 아우르는 삶의 만족도는 UN 세계행복보고서의 국제비교 결과를 보면 OECD 37개 국가 중에서 35위로 최하위를 나타내고 있다. 행복은 돈으로, 또 오래 산다고 같이 따라오는 것이 아님을 이 지표가 잘 나타내고 있다. 이는 경쟁위주의 사회가 빚는 참사라 할만하다. 우리는 이제 성찰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왜 나는 행복하지 못한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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