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대계(百年大計)이다
 
이창형 논설위원ㆍ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 이창형 논설위원ㆍ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새 정부 들어서자마자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뜨겁다. 요즘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오는 글들을 살펴보면, 수시모집제도 폐지, 내신점수 반영비율 축소, 특목고 및 자율사립고 폐지 등 대학입시제도 개선에 관한 주문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내신점수의 공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시모집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불신이 자리 잡고 있으며, 특목고와 자율사립고 졸업생들이 대학입시에서 부당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의혹도 근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공약을 통해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 논술 및 특기자전형 폐지 또는 축소, 대입제도의 단순화(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수능)를 교육정책의 혁신목표로 제시하였다. 이 중에서 ‘논술 및 특기자전형의 폐지 또는 축소’는 인터넷에 올라오는 국민들의 요구와 맞아 떨어진다. 반면에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은 수험생 간의 변별력을 떨어뜨림으로써 오히려 대학입시제도에 큰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결국 대학들은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본고사를 부활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원래 취지와도 배치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대학교육에 필요한 고차적인 사고력을 측정하기 위해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제도는 1994년에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당초 도입 취지는 기존의 학력고사가 주입식, 단편적 지식의 암기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어서 극심한 사교육을 유발하였을 뿐, 고등교육에 적합한 인재를 걸러내지 못한다는 국민들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1997년부터 대학들은 ‘수능제도’에 맞춰 본고사를 폐지하고 생활기록부 반영비율을 크게 축소하였다. 이후 ‘수능제도’는 표준점수제를 도입하고 선택과목 수를 늘리는 등 수험생 간의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걸쳐 변화를 거듭하여왔다.


그러다가 2008년부터 학교교육 정상화를 내세워 ‘수능’을 ‘등급제’로 변경하였다. 변경 이유는 수능성적표에서 표준점수, 백분위를 없애고 등급만 제공하여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대신 학생부 위주 전형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등급제’는 시행 직후 극심한 변별력 혼란으로 도입된 지 1년 만에 폐지되었다. 그동안 ‘수능제도’의 역사를 되돌아 보건대,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정책 선거공약에 나타난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2009년에 폐지된 ‘수능 등급제’보다 훨씬 더 수험생 간의 변별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거기에다 ‘내신’까지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면 대학은 무엇을 근거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교육정책은 예로부터 국가의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일컬을 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멀리 내다보고 정책을 세워야 하고, 한번 수립한 정책은 자주 바꾸지 말고 일관성 있게 실행해야 한다. 학교교육은 사교육(私敎育)이 아니라 공교육(公敎育)이다. 공교육의 목표는 국가와 사회가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여 공급하는 것이어야 하고, 교육정책은 미래의 인재 수요를 미리 예측하여 거기에 맞게 수립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학교교육은 공급자(정부와 학교)의 역할과 임무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껏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여론에 따라 수시로 입시제도를 바꾸는데 치중하여 왔다. 어떻게 하면 많은 학생들을 적은 비용으로 쉽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궁극적인 목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목표는 충분히 달성하였다고 본다. 대학 문호(門戶)가 넓어지다 보니 우리나라 대학진학률(70%)은 미국(21%), 일본(37%), 독일(28%)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턱없이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시장에서의 수요와 공급 사이에 극심한 미스매치(mismatch)를 일으키고, 청년실업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이유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공급자보다는 수요자(학부모와 학생)가 중심이 되는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왔기 때문에 교육정책이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교육은 나무를 키우고 숲을 가꾸는 일과 같다. 각각의 인재를 훌륭하게 키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균형 있게 육성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숲에는 집을 짓는데 필요한 나무도 있어야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불을 지피는데 사용되는 나무도 필요하다.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교육정책이 양적인 문제보다는 질적인 문제에 치중해야 할 때이다.


 
기사입력: 2017/05/16 [14:53]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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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수필가 겸 칼럼니스트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수필부문)을 통해 문단에 등단

현재 문학저널 문인회 수필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표암문학 회원
사회복지법인 「서울성만원」 경영인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사회복지사, 관광통역안내사

< 주요 경력 >
한국은행 외환조사실장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평화통일자문회의 외교안보분과 상임위원 등 역임

< 저서 >
이창형 교수의 울산경제 산책 (칼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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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실무대사전 (공동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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