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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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1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해 2월 이후 8차례나 연이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 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였으나, 이후 사실상 금리인상을 중단한 셈이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고 동결한 배경에는 금융긴축 기조의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과 투자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에 따른 태영 워크아웃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현재 물가 동향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은 아직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하여 11월(3.3%)에 이어 2개월 연속 오름세가 둔화되었으나, 기준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물가가 안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서민들의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직접적이고 비중이 큰 전기료(13.9%), 도시가스(5.6%), 지역난방비(12.1%)의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그 외에도 사과(54.4%), 토마토(45.8%), 파(45.6%), 배(33.2%), 딸기(23.2%), 귤(20.9%) 등 과일과 야채류의 상승세가 컸다.
이번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사태 등 해외 리스크가 완화되었다고 언급하였으나, "현 상황의 전제 하에 향후 6개월은 금리인하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IMF도 지난해 10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성장, 물가, 고용, 환율, 국제수지 등 전반적인 거시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더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물가 오름세가 재현되지 않는다면 금년 하반기 이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그동안 금융긴축 기조를 유지해온 미국이 올해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미 연준(FRB)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은행으로서는 그만큼 금리인하 여지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는 환율 방어 및 외자유출 우려 때문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상승세 둔화 내지는 하락하고 있는 부동산가격에 다시 불을 붙이는 것이 아느냐는 우려도 있으나, 부동산가격이 폭등세를 보였던 2017년 2월부터 2021년 10월까지의 부동산시장 상황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부동산가격이 폭등세를 보였던 2017년~2021년의 부동산시장은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완화 기조에 따른 시중유동성 팽창이 주택수요 측면에서 가격을 상승시킨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으나, 가격을 폭등시킨 근본적인 원인은 잘못된 부동산정책이 야기한 주택공급 부족에서 찾아야 한다. 유동성 팽창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은 주택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다.
부동산시장에 주택공급을 늘리는 경로는 신규주택을 지어서 분양하거나, 기존주택의 매도물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당시 부동산정책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한 신규주택 공급을 억제함과 동시에, 양도소득세와 부동산거래세(취득세, 재산세 등)를 급격하게 인상함으로써 주택소유자들이 매도물량을 거둬들이도록 한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주택공급의 부족은 주택매입을 기다리던 대기수요자들의 가수요를 촉발시킴으로써 가격이 폭등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2022년 이후 부동산가격이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금융긴축에 따른 유동성 감축 효과와 주택공급 위주의 부동산정책 전환 효과가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때문에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부동산가격 상승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