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울산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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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국가 간의 경계는 엷어지고, 대신 대도시가 국가의 기능을 대체하는 추세로 옮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가경쟁력보다 도시경쟁력이 훨씬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도시가 점점 메가시티로 변모하게 된다. 메가시티는 핵심도시를 중심으로 일일 생활이 가능하도록 기능적으로 연결된 대도시권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한 경제규모를 갖춘 인구 1천만명 이상의 거대도시를 말한다. 영국의 `더 그레이터 런던`, 프랑스의 `그랑 파리`가 대표적인 메가시티이다.
`더 그레이터 런던`을 탄생시킨 `런던 플랜`은 이너 런던 12개 자치구와 아우터 런던 20개 자치구를 합친 프로젝트로, 아우터 런던은 런던의 중심으로부터 70km까지 떨어져 있다. 런던 플랜은 기존 지역의 대규모 개발과 런던 중심부의 고밀도화, 중심부와 접근성이 높은 외곽지역의 개발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랑 파리 플랜` 프로젝트는 파리 주변 외곽지역을 순환형으로 연결하는 200km의 새 전철망을 구축함으로써 대도시권 경계를 넘어 외곽까지 개발 효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일본 도쿄도(都)도 대표적인 메가시티로 23개 특별구와 26개시를 도쿄 배후지역으로 합쳐 행정구역을 광역화함으로써, 도쿄도의 인구는 일본 총인구의 30%가 넘는 1천400만명에 이르며, 면적은 서울의 약 3.6배에 달하게 된다. 일본은 도쿄도와는 별도로 오사카를 중심으로 `간사이 광역연합`을 만들어 메가시티로 변모시킨다. 미국은 `PlaNYC2030` 프로젝트를 통해 주택공급 확대, 대중교통 확충, 도시기반시설 유지ㆍ보수 및 확충, 공해 30% 감축 등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베이징, 텐진 등 인접 도시를 묶어 메가시티로 개발하는 `징진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도시경쟁력이란 한 도시가 다른 도시들과 경쟁할만한 힘이나 강점, 도시의 입지, 입주한 기업이나 기관, 교통여건, 문화시설 등 다양한 평가요소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최근 일본의 민간단체인 모리 기념재단의 도시전략연구소는 2023년 세계도시 경쟁력 랭킹을 발표하였다. 이번 평가에서 영국 런던 1위, 미국 뉴욕 2위, 일본 도쿄 3위, 프랑스 파리 4위, 싱가포르 5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6위를 각각 차지하였다. 서울은 7위에 올랐는데, 2017년에는 6위까지 순위가 올랐으나, 2018년 이후 하락해 2020년과 2021년에는 8위를 기록하였으며, 지난해 다시 7위로 올랐다.
우리나라도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메가시티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서울 외곽에 포진하고 있는 김포, 광명, 과천, 하남, 구리, 성남, 일산 등을 편입시켜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대도시권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우위를 지원할 수 있는 공간 구조체계, 즉 서울의 주요 거점과 주변 도시간의 산업, 인구의 경제적 연계성 및 이를 지원할 수 있는 교통체계에 대한 지속가능한 발전상을 구상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서울 메가시티 프로젝트는 이미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봐야 한다.
최근 김포시 서울 편입을 놓고 정치권이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 메가시티의 도시경쟁력 강화라는 근본적인 이슈는 뒷전이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득표에 대한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여념이 없다. 서울 메가시티 프로젝트는 정파적 득실이 아니라 철저하게 경제적, 사회적 관점에서 검토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7위에 머물러 있는 서울의 도시경쟁력을 5위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계획을 세우고, 모든 국가적 역량을 집결해야 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미래세대가 앞으로 어떻게 글로벌 메가시티들과 경쟁하면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매우 중차대한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