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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제도 도입 논란과 문제점
기사입력  2021/07/11 [17:59]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이창형 논설위원 전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 울산광역매일

 기본소득제도란 보유 자산이나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한 현금을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제도를 말한다. 기본소득은 기존의 선택적 복지제도와는 달리 모든 국민이 평생 동안 일정한 금액을 규칙적으로 지급받게 된다. 기초생활수급이나 실업수당과 같은 기존의 선택적 복지제도가 재산이나 소득이 얼마인지, 취업 경험이나 구직 의사가 있는지 등을 따지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본소득제도는 생계급여, 주거급여, 기초연금 등 각종 선택적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함으로써 수급자를 선별하기 위한 심사과정과 행정적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와 낙인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제도는 노동과 소득을 분리하고, 구성원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의미의 `기본권` 차원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기본소득제도는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함으로써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고 실업 등 노동시장의 불안정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필요성이 거론된다. 또한 자동화, 로봇, 인공지능(AI)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실업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본소득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세율을 적용하여 세금을 부과하고, 이렇게 거두어들인 세금을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분배하기 때문에 복지 확대에 따른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기본소득제도는 도입 여부를 놓고 여러 나라에서 논란이 이어져 왔다. 현재 기본소득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미국 알래스카 주이다. 알래스카 주는 석유 수출을 통해 얻는 수입금으로 마련된 주정부 재정의 일부를 금융상품으로 전환해 매년 발생하는 이자수익의 절반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인도 마디야프라데시 주가 2013년부터 3년간 유니세프에서 지원하는 재원을 갖고 기본소득을 지급한 적이 있으나 빈민구제 차원에 머물렀다. 스위스는 2016년 6월에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놓고 국민투표를 실시하였으나, 찬성 23% 반대 77%로 부결되었다. 핀란드는 2017년부터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 중 2천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월 560유로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시범 사업을 시행하였으나, 기대했던 고용창출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막대한 규모의 재원 마련을 위한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스위스가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놓고 실시했던 국민투표가 부결된 가장 큰 요인도 재원 마련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당시 스위스 정부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연간 정부지출의 세 배가 넘는 재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 무상소득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철학적 논란과 더불어 기본소득이 노동의지를 감퇴시켜 노동력의 이탈을 조장하고 사회전체의 생산력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우려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현금을 지급함으로써 근로의욕을 감소시키고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를 초래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문제는 논외로 치더라도, 우리나라가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재원 문제이다.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급여 형태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어마어마한 재원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그렇지 않아도 급증하고 있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때문에 나라경제가 지탱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데, 어디에서 그 많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어렵고 곤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기본소득을 도입할 경우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수혜를 받고 있는 생활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 등의 선택적 복지제도를 기본소득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자칫하면 저소득층들의 사회복지 혜택이 줄어드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거기에다가 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도 전면적으로 재편하거나 기본소득과의 병립 방식 등을 논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연금생활자 등 기존의 사회연금 수혜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일면 기본소득제도 도입 취지에 수긍되는 면도 없지 아니하나, 재원 문제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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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형 수필가 겸 칼럼니스트
「문학저널」 신인문학상(수필부문)을 통해 문단에 등단

현재 문학저널 문인회 수필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표암문학 회원
사회복지법인 「서울성만원」 경영인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사회복지사, 관광통역안내사

< 주요 경력 >
한국은행 외환조사실장
한국은행 울산본부장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평화통일자문회의 외교안보분과 상임위원 등 역임

< 저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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