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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울산광역매일   기사입력  2024/03/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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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하는 것들에는 공식이 있고 그 성공의 공식을 따라하면 누구라도 '돈이 되는 생각'을 길어 올릴 수 있다는 'Creative Curve'를 이야기한 책입니다. 저자는 세계를 이끄는 30대 이하 30인에 선정된 빅데이터 전문가로 MS와 GE, 메리어트 등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 마케팅 정보를 제공하는 트렉메이번의 CEO입니다. 그는 세계적인 수백명의 크리에이터를 직접 인터뷰하고 그를 통해 성공의 패턴을 발견하고 이 책에 최초로 공개했다고 하네요. 자기계발서의 흔한 유혹 중 하나가 이렇게만 하면 반드시 된다는 공식이나 패턴인데 이 책은 아예 패턴을 연구하는 빅데이터 전문가의 책이니 참고해서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매우 인본주의적이고 진화론적인 관점으로 영감의 탄생을 패턴화하려는 책입니다. 패턴 분석이란 결국 빅데이터분석과 연결됩니다. 일리가 있긴 하지만 모든 것을 패턴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너무 과도한 해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르키메데스가 그 유명한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발견한 엄청난 깨달음의 순간 유레카를 외쳤다는 이야기는 어릴적 읽었던 그림책의 그림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을 사람들은 매우 드라마틱하게 기억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무릎을 탁 치며 탁월하고 기발한 생각을 해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잠재의식이나 24시간 그것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노나카의 암묵지가 표제지로 바뀌는 순간 정도로 이해해왔습니다. 저 역시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그런 것에 패턴이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아이디어가 갑자기 의식 위로 떠오르는 영감의 순간은 어디서 오는지 모르지만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곤 합니다.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을 때, 손발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번뜩 떠오른 기막힌 아이디어를 생각하다보면 놓쳐버릴까봐 안타까웠던 적이 있습니다. 희한하게 그 생각은 내 머리 속에서 일어난 것인데 머리를 다 깎고 나면 마치 생생한 꿈을 꾼 다음날 그 꿈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처럼 대부분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처음 떠올랐던 생각을 뇌에서 계속 다른 생각으로 발전시키다보면 어느새 처음 생각이 없어져버리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오로지 생각만 할 수 있는 순간에 찾아오는 이 깨달음의 순간을 무방비하게 놓쳐버리는 것이 아쉬워 메모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때면 피천득의 메모광이라는 수필이 떠오릅니다. 

 

어찌 되었든 이 번뜩이는 영감의 순간을 저자는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견해와 평소에 갈고 닦은 재능이나 타고난 천재성이 없다면 그런 순간을 결코 만날 수 없다는 창의력에 대한 영감 이론에 대해 이 이론이 통째로 틀렸다고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영감의 번개가 치기만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자는 비틀스의 전설적인 명곡인 폴 메카트니의 예스터데이가 전설이 되기까지 어떤 여정을 거쳤는지를 되짚어가며 이 이론을 이야기합니다. 예스터데이의 기원을 찾아보면 비틀스와 폴 메카트니는 레이 찰스에 열광했고 예스터데이는 '조지아 온 마이 마인드'와 코드 진행이 같고 노래의 베이스라인을 그대로 따랐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꿈속에서 계시처럼 받은 그의 영감은 사실 그가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의 잠재된 결과물이라는 것이지요. 솔직히 이런 분석은 이미 아웃라이어의 말콤 글래드웰이 쓴 책에서도 동일한 내용이 나옵니다. 모짜르트와 같은 천재들 역시 처음에는 거의 대부분의 기존 음악을 모방하는 정도의 습작을 내다가 나중에 걸작을 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영감의 순간을 크리에이티브 커브라는 곡선을 통해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곡선에서 최적의 긴장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스위트 스폿을 찾는 것 역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창작자들은 개발해왔다고 말합니다. 이 지점은 공식이라고 말하기에는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말로는 일종의 '감'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분야에 오래 종사한 사람들이 감으로 지금은 실행에 옮길때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감을 공식으로 부르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다는 점도 알 필요가 있습니다. 더구나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곡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그 발생시점을 파악하고 진단하며 대응하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예언과 같은 일이라는 점입니다. 설혹 내가 진부점을 지나가고 있다고 해도 과연 고집을 꺾고 바로 새로운 혁신으로 눈을 돌릴 힘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또한,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그렇게 했다 해도 과연 그런 실험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얼마나 될지 생각해보면 이런 논의는 과거의 데이터를 보고 진단하고 분석할 수는 있어도 막상 나 자신의 일이 된다면 결코 쉽지 않은, 어쩌면 불가능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저자는 기적을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천재들의 뛰어난 깨달음의 순간이나 역사적 전환점이 될만한 놀라운 발견 역시 모두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통해 해석하려 하는 것은 빅데이터 분석가의 숙명일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처럼 거대한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법칙 외에 실제 리얼한 삶에서 세계사를 바꾸는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는 혁신은 측정과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브를 모든 혁신가들이 숙지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그저 번개같은 영감의 순간을 기다리며 인생의 극적인 변화를 꿈꾸기도 버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어쩌면 그런 천재들은 그런 변화의 순간을 갈망하지도 않은채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학의 천재들이 오랜 수학의 난제를 풀기 위해 칩거를 하는 것은 수학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그 수학 자체를 좋아하고 그것 외에는 더 좋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죠. 바둑의 명인들도 비슷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해, 그냥 천재가 아니라 세계사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천재들의 행적을 보면 그냥 그 일에 24시간 몰두하는 몰입을 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고 따라갔기 때문이지 좌뇌와 우뇌가 어떤지, 친숙함과 진부함이 어떤지 과학적으로 고민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24를 하다가 어느날 엄청난 발견을 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것을 굳이 법칙으로 나눠서 설명하는 것은 마케팅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한분야의 천재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일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단히 저자가 대단히 뛰어난 분석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최근의 복제인간을 다룬 SF 영화에서 시도하고 있는 아주 대담한 상상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복제한 인간에 그 사람이 살아 있을 적의 기억을 주입하면 그 사람처럼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주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컴퓨터와 달라서 파일을 저장하고 다운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뇌에서 기억을 다운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다운받은 정보의 형태가 동영상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동영상 파일도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있는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USB나 컴퓨터 드라이브에 저장되는 형태이니 기억과 유사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또한, 어찌해서 과학이 엄청 발전해서 기억을 다운받았다고 해도 껍데기 뿐인 육체가 생명을 얻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프랑캔슈타인 영화에서는 전기 자극을 주면 죽은 시체가 살아난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아마도 그런 상상은 최첨단 과학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생명에 대한 시작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육신의 생명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영혼이 떠나는 것을 우리는 육신의 죽음이라고 부릅니다. 뇌사 환자들도 인공 호흡기를 달면 심장이 뛰기도 합니다. 그러니 정확한 죽음의 정의는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간을 구성하는 것을 기계적인 기준으로 나눠서 기억을 다운로드하고 그럴싸한 세포 합성물을 만들어놓으면 살아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창의력과 기적같은 발견은 차라리 노나카의 지식경영이 훨씬 더 과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적인 원리를 보더라도 오랫동안 하나에 집중하고 자료를 정리하고 생각하고 몰입하다보면 예스터데이같은 명작을 만들게 됩니다. 암묵지가 형식지로 바뀌는 순간을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것까지 알아내려 한다면 세상의 모든 혁신이 혁신이 아니겠지요. 오히려 인공지능이 더 빠른 계산으로 인간을 앞서갈 것입니다. 이 책의 내용에서 마케팅의 포인트와 인사이트를 얻는 것은 좋지만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기적같은 발견을 미리 캐치해내거나 정밀하게 유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편집, 설계, 디자인이라는 영적인 프로세스를 내 안에 갖고 있는 것이 더 과학적인것 같습니다. 우리 인간은 영적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2024년 3월 20일 오늘의 책 :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 앨런 가넷 (문헌정보팀 WE) | 작성자 문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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