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싶다는 단 한 가지. 울산대학교 신입생 입학식이 열렸던 지난 2일. 최고령 입학생인 이남규(여 · 68)씨는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새내기 이 씨. "요즘 세상에 나이 들어 하는 공부가, 뭐 새로울 게 있다고..." 그의 말대로 교수보다 나이 많은 대학생을 보기는 어느 정도 쉬워진 세상. 그러나 그는 배움에의 열정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 만학도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어려웠잖아요...(웃음) 이제 여유가 생겨 못 다한 공부를 하고 싶었지요" 못 다한 공부... 삼형제가 전부 장가를 갔다. 부군은 돌아가셨다고 한다. 언제 돌아가셨는지... 무슨 일을 하셨는지... 궁금증은 이 씨의 쓸쓸한 웃음에 막혀버리고 만다. 그저 '살아계셨다면 가장 기뻐하셨을 거라고.' 자식농사를 잘 지어 흐뭇한 그는 "아이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죠.(웃음)"라며 다들 효자라고 자랑이 한창이다. 등록금은 누가 내주냐고 묻자, '당연히 아들들의 몫'. 수십 년을 자식 뒷바라지를 해왔으니 당연한 일이다. 대전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씨는 어릴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사실 선생님이 되고 싶어 평생교육기관에 들어가길 바랐지만 자리가 마땅치 않아 행정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이씨. 그러나 그저 배우고 싶어 대학에 들어온 그이기에 어디서 무엇을 배우든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연상되는 그. 위로 6명의 오빠를 둔 그는 막내딸이다. 오래 살길 바라는 할아버지의 손녀사랑이 담긴 돌림자 '규'가 들어간 이름이라고. "여건이 된다면 대학원도 가고 싶어요. 공부를 계속하고 싶네요" 할아버지의 마음처럼 오랜 시간 많은 이들에게 배움을 나눠줄 수 있는 시간이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그의 울산대 입학이, 참으로 반가운 순간이다. /권승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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